도주죄가 성립하려면 사고를 알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도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에요.
도주죄가 인정되려면 운전자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사고가 난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툴 수 있는 거예요.
다만 단순히 몰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와 차량 구조,
사고 직후 행동까지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사고를 몰랐다는 주장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도주 혐의를 받는 분들은 대부분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사고를 알고 있었으면서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평가될 수 있거든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사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는데도 계속 부인하면 진술의 신빙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사고 미인지 주장은 무조건 해볼 수 있는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주장이에요.
저도 상담을 할 때에는 본인의 기억만 듣고 바로 방향을 정하지 않고,
블랙박스와 사고 충격 정도, 사고 직후의 이동 경로를 먼저 확인해요.
사고 직후 행동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정말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몰랐다면
사고 이후의 행동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원래 가려고 했던 장소로 그대로 이동했는지,
갑자기 속도를 높이거나 경로를 바꾸지는 않았는지,
차량을 숨기거나 파손 부위를 확인하는 행동은 없었는지를 살펴보는 거죠.
블랙박스 영상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기록, 휴대전화 위치정보,
카드 사용 내역 같은 자료도 사고 이후의 동선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반대로 사고 직후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려 파손 부위를 살폈거나
누군가와 사고에 관한 통화를 했다면 사고를 몰랐다는 주장과 모순될 수 있겠죠.
결국 사고 미인지 여부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사고 전후 행동 전체로 판단하는 거예요.
차량 크기와 도로 환경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차량끼리 충돌했다고 해도 운전자가 느끼는 충격은 사고마다 달라요.
대형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면 작은 접촉이 차량 진동이나 노면 충격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음악이나 주변 소음 때문에 충격음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이드미러나 차량의 사각지대 때문에 상대 차량이나
피해자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해요.
그래서 차량 종류와 충격 부위, 도로의 노면 상태, 당시 소음, 블랙박스에 녹음된
충격음 등을 종합해서 실제로 사고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검토해야 해요.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를 정말 몰랐지만 이를 직접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물론 거짓말탐지기 결과만으로 무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법정에서 단독으로 유죄나 무죄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보완하는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어요.
다만 심리 상태나 건강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의 자료를 먼저 검토한 뒤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해요.
음주 상태였다면 위험운전치상죄도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도주죄만 보고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았다면
도주치상 혐의와 함께 위험운전치상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하거든요.
위험운전치상죄는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해 피해자를 다치게 했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운전 상태가 어땠는지,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흔들렸는지,
제동이나 조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사고 직후 말과 행동은 어땠는지를 확인하게 돼요.
모든 혐의에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도주죄도 무죄,
위험운전치상죄도 무죄를 받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형사사건은 원하는 결론만 놓고 대응 방향을 정할 수는 없거든요.
도주 혐의를 다투는 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한지, 위험운전치상죄까지 함께 다툴 수 있는지,
일부 사실은 인정하면서 다른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구분해야 해요.
무리하게 모든 사실을 부인하면 오히려 전체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질 수 있어요.
결국 사고 당시 상황과 객관적인 증거를 기준으로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고, 어떤 혐의를 중심으로 대응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해요.